마라소스가 한국에서 유명해지고나서 다양한 마라탕, 마라샹궈 등 중국음식을 취급하는 업체가 여기저기 생겼습니다. 그러나 '마'한 소스맛에 의존할 뿐 전체적인 재료맛의 밸런스를 살린 음식점은 쉽게 찾기 어려운데요. 음식맛을 아는 사람들은 이 '중도주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숙주, 당면, 간을 한 채로 조리한 생선구이, 통후추, 뼈육수, 그리고 마라소스로 그 중간을 잡으면서 '마'한 느낌을 살려낸 음식점에 다녀왔습니다. 홍대 '번산셴'입니다.
번산셴, 발음하기 힘든 독특한 이름이죠. 한글 뜻은 '신선한 맛집으로 향하다'라고 합니다. '혹시 아예 새로운 이색 음식도 괜찮아?' 번산셴을 소개시켜준 블로거 형이 음식점으로 향하기 직전에 남긴 말이었습니다. '아예 새롭다'라는 게 대체 뭘까라는 궁금증에 '고수만 아니면 된다'라는 대답으로 목적지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메뉴판을 열어보니.
메인
꿔바로우 등
사이드
식사
저희는 마라생선구이와 통가지구이를 시켰습니다.
참고로 통가지구이를 시킨 형은 '가지혐오증'을 가진 사람이었다고 하는데요. 중국에서 친구의 강요에 못이겨 한번 먹어본 통가지구이로 인해 '1일 1가지'를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제가 먹어본 느낌을 설명하자면.
시골에서 김에 밥을 싸먹을 때는 간장에 식초, 설탕, 고춧가루, 청양고추, 얇게 썰은 대파를 잔뜩 넣은 채로 김에 밥을 얹고 그 위에 소스와 야채를 뿌려서 김꾸러미를 싸서 먹습니다. 물론 그 김은 조미김이 아니라 천연김을 불에 구운 김이죠.
딱 그 느낌이었습니다. 야채가 가진 매운맛과 단맛으로 잡은 간장의 짠맛이 구운 가지에 스며들어 코까지 전해집니다.
'반찬으로 좋다'라는 생각이 드는 필수 사이드메뉴였습니다.
마라생선구이는 탕에 빠져서 나오지만 명백한 구이였습니다. 스테이크를 만들 때 '시어링'을 하죠. 고기의 겉 표면을 태우다시피 익혀서 오븐에 조리할 때 고기의 표면으로 육즙이 새어나가거나 고기의 형태가 망가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잡업입니다. 마라생선구이는 임연수를 시어링하여 구이의 형태를 잡았는데, 정말 빡세게 구웠는지 한참을 끓여도 '구웠다'라는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혹시 고수를 못먹는 분들은 주문할 때 빼달라고 요청해 주세요!
번산셴의 묘미는 맛과 재미였습니다. 새롭고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을 접했을 때 상당한 재미를 느낄 수 있죠. 혹시 홍대 근처를 방문하게 된다면, 새롭고 맛있는 집을 찾고 있다면 들러보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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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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